뭐 사연은 간단하다.
국민학교 시절, 그전까진 그닥 전자오락에 관심없던 내가 방과후 친구따라 전자오락실엘 들어가게 되었다.
당시엔 벌써 겔러그가 대인기로 오락실안 대부분 게임기를 차지했고
"삐용~ 삐용~ 쾅쾅"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쪼로록 몰려앉아 한결같이
겔러그에 몰두하는 학형들의 모습과 어둡고 시끄러운 풍경은 거의 닭장을 연상케할 정도였는데...
별관심도 없었고 게다가 무척이나 어려워 보였기에 "하지는
않고 보기만 하겠다"며 친구가 하는 겔러그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닥 잘하지 못하던 친구가
금방 죽고 남은 한대를 해보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공짜인김에, 권유한김에, 얼결에 앉아 해봤는데 내가 조종하는
백색 전투기가 똥파리들의 파상공격을 절묘하게 피해내고 있었다. 그 순간 짜릿함이 온몸을 감쌌고 역시
오래 버텨내진 못했지만 이미 아슬아슬 적기를 피해낸 짜릿함, 뿌듯함이 몸에 여운을 남긴 상태였다.
그 짜릿함의 경험과 여운은 그다음날부터 오십원짜리 동전 몇개를
들고 오락실을 끊임없이 드나들게 하였다.
이 겔러그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Fighter Capture란
시스템으로 주인공의 전투기를 적이 납치해가고 그 납치해간 적을 파괴하면 잡혀갔던 전투기와 구해낸 전투기
두대가 함께 적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대가 같이 공격을 할 경우 한 대일때에 비해 공격력, 타격감이
훨씬 강력해지기에 이 형태야 말로 게임을 잘 풀어가는 키포인트이기도 하다.
두번째 특징은 2,3판마다 보너스 스테이지를 집어넣어 숨돌릴
겨를과 함께 긴장감의 완급을 조절하게 만들어주었다는 것.
또 재밌었던 건 이 게임기중 몇몇은 버그가 있었는데 첫째판에서
파란색 적기를 한대만 남겨둔채 2,30여분간 죽이지 않고 계속 총알을 피하기만 하다가 이 파란색 적기가
더이상 총알을 쏘지 않을때 죽이면 다음 판부터는 적기들이 총알을 쏘지 않는 것이었다. 당시엔 이 버그현상을
4차원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덕분에 오락실마다 이 4차원을 실행해보려고 첫째판에서 하릴없이 2,30여분을
보내는 학형들도 제법 많았더랬다. 주인 아저씨에게 적발될 시엔 전기값을 주제로 한 잔소리로 혹은 꿀밤으로
응징을 당했고.
지금 다시해보니 거뜬히 21판까지 간다. 예전엔 10판 넘기기도
어려웠었는데...
하긴 그거야 내 사정이고 당시엔 100만이 넘거나 100판이 넘게 가는 학형들도 꽤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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