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창밖 검은 풍경속엔 비가 내리고.

먼 과거엔 까마득한 미래였을
70년대라는 내겐 먼 과거,

마을을 가로지르는 하천과 삽다리,
청하게 맑은 파란 하늘아래
검은 연탄을 가득 싣고 지나가는
수레를 쥔 한 아저씨의 때탄 하얀 면장갑과
거멓게 그을린 팔뚝을 떠올린다.

포크레인에 깎여 붉은 속살 드러낸
동네 뒷산에선 종종 아이들이 연을 날리고.
마을 구석 좌판 연탄난로 위에선
빨강하양 줄무늬 불량식품이
묘하게 맛난 냄새를 내며 지글 익었다.

불안하게 삐걱이는 나무 사다리를 타고 오른 다락방엔
누렇게 변색된 낡은 책들과 옷가지가 먼지냄새를 피웠다.

적당히 침침하게 어둑한 다락,
배깔고 누워 귀기울이면,
빨간 슬레이트 지붕 끊임없이 부딪는 빗소리,
새어들어 양동이 통통 울리며 튀는 빗방울 소리.
다가올 미래에의 불안함을 부추기는 몽상을 불러왔었다.

현란한 무채색들이 춤추는 듯한
그때 그 몽상이 어떤 것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