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혹은 흰색, 검정색 셀로판 종이등을
유리에 덧대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게 막아놓고 - 이런 오락실 특유의 인테리어(?)는 오락기의 모니터가
햇볕에 반사돼 안보이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과 동시에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걸릴시 두들겨 맞으며 끌려나가는
아이들을 보호해주는 기능도 했다. - 방정맞게 끊임없이 들려오는 뿅뿅
소리로 아이들을 유혹하던 오락실.
수업중 누가 갤러그로 100만점을
냈네, 동키콩의 4차원을 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네 하는
친구들의 수다에 귀를 솔깃하다가 방과후 50원짜리 동전
몇개를 손에 꼭 쥔채 달려가곤 했던 오락실.
달려간 그곳은 침침한 형광등이 실내를 밝히고 있었다.
주욱 늘어선 오락기들과 등받이없는 동그란 의자에 한, 둘씩 쪼로록 앉아 오락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들은 뿅뿅
소리를 불규칙적으로 울려대 마치 닭장을 연상케 하기도 했는데...
여튼, 환경이야 어쨌건 그곳엔 우주의 침략자들, 환타지속 용과 왕자와 공주, 괴물들 등 왠갖 상상력을 자아내게
하기 충분한 오락들이 있었다.
오락실안의 풍경은 일단, 각자의 게임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 지켜보는 사람들은 크게 3종류로 나뉘었다.
첫째,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이 무지하게 잘하여 감탄하거나
처음 보는 오락이라 어떻게 하는건지 몰라 먼저 하고있는 사람의 플레이를 구경하는 경우,
둘째, 유명한 게임이라 다음에 자신이 하려고 기다리는 경우 - 이 경우엔 모니터옆에 50원짜리를 올려놓고
기다리곤 했다. 찜이란 의미랄까.
셋째, 자기가 가진 돈을 몽땅 탕진하곤 옆에 앉아 게임 플레이가 이러니저러니 충고, 참견하며 상대가 혹시나
남은 한대를 자신에게 주지않을까 바라는 경우였다.
오락실에선 50원짜리 동전말고도 유행하던 아이템이 몇개 있었는데 올림픽 게임이 나오면서 옵션품목이 되었던
줄톱과 주인아저씨에게 걸릴 경우 엄청나게 두들겨 맞고
범죄자 취급을 당하던 테니스 줄이 있었다.
이런저런 많은 추억들을 싸안고 있는 전자 오락실도 스타크래프트로
전성기를 맞은 PC방의 증가와 함께 차츰 역사속으로 사라져가기 시작하고 있다.
오락실용 게임을 만들던 회사들도 차츰 사업을 접어가고, 현재의
오락실은 3D 격투 게임과 체감 게임, 음악 시뮬레이션 게임들 - 비트 매니아나 드럼 시뮬, 댄싱게임인
DDR, Pump등으로 연명해 가고 있으나 이들은 기계의 가격이 비싸 어느정도 자본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운영할 수 없다. 그덕에 대형 게임장 몇몇을 제외한 동네 오락실들은 버텨내지 못하고 사업을 접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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