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의 야구장에 이어 안가봤던 곳 가보기 2탄.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 날이 너무 좋길래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경마공원으로 향했다.
예전엔 뚝섬에 경마장이란 이름으로 있었는데 도박의 뉘앙스가 강하다고 경기도로 옮기면서 경마공원으로 이름을
바꿨다..지만 역시 경마와 공원은 그닥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4호선 지하철 안에 서있는데 앞에 앉아있는 중년 아저씨를 보니 왠지 느낌이 왔다.
얼굴에 마치 '지금 경마공원 가는중'이라고 써있는 듯 보인다.
- 이 아저씨 경마공원에 가는 중이군. 이 아저씨를 따라가면 헤메지않고 찾을 수 있겠지.
예상대로 그 아저씨는 경마공원역에서 내렸고 따라가기 시작했는데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지하철역을 나가면 바로 경마공원이 보인다.
밖으로 나가는 계단을 오를 때부터 천원짜리 경마예상지를 파는 상인들의 호객 소리에 시끄럽다.
흠.. 처음왔으니 하나 사볼까? 잠시 고민하다가 아마도 안에 가면 그냥 구할 수 있을 듯 하여 관두고
경마공원으로 향했다.

경마공원 가는길.

경마장 안내도.

들어가는 입구엔 역시 이런 플랭카드도 붙어있고.
입장료는 800원.
흠... 기념으로 들어가서 입장권도 한방 찍어야지 하곤 검표원 아가씨에게 입장권을 넘겼더니 뜯고 돌려주는게
아니라 그냥 받고는 끝이다. 재활용? 제법 짠돌스러우며 알뜰한 형태다.
들어가자마자 중앙에 사람들이 모여있는게 보인다.

경기시작전 관람객들에게 이번 경기에 달리게 될 말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조교사들로 보이는 학형들이 말을 끌고 타원형의 트랙을 천천히 돌면서 말의 상태를 직접 확인시키고 있다.
흠.. 6번과 10번의 흑마가 강하고 튼튼해 보인다.

멋진 6번 흑마, 나중에 예상지를 보니 이름이 '선라이즈'
이어지는 기수들의 소개. 기수들은 말의 부담을 가능한 적게 하기 위한 탓인지 대부분
작고 가벼워보여 소년들처럼 보였다.

기수들. 작고 키들이 거의 비슷해 보인다.

나중에 예상지를 보니 몸무게가 60kg를 넘는 선수가 없다. 평균 체중이 54kg
정도인듯.
기수들이 달릴 말에 타고 돌면 이 순서가 끝난다.
곧 흩어지는 사람들. 사람들은 경기장 건물로 향했고 천정 여기저기에 매달린 모니터를 통해 나오는 이번 경기의
정보를 보곤 마권을 사기 시작한다.
흠.. 나도 한번 사볼까?
마권 구매표를 한장 꺼내서 단승으로 아까 멋져보였던 6번마를 찍기로 했다.
걸 수 있는 형태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단승식- 1등 한 마리 맞추기
복승식- 순서 상관없이 1, 2등 맞추기
연승식- 3등안에 들어오는 한 마리 맞추기
(7마리 이하 출주시는 1, 2착, 8마리 이상 출주시 1, 2, 3착)
쌍승식- 1, 2등 순서대로 맞추기
이렇게 있다. 이건 나중에 웹 검색을 통해 안 것이고 당시엔 단승식 말고는 어떤
승식인지 몰라서 몽땅 단승식으로만 걸었더랬다.
마권구매표는 OMR 카드로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체크하는 형식이었는데 경주번호,
승식 결정, 말 번호, 걸 금액을 적어 내면 되는거였다.
이번 경기는 8경주, 단승식, 6번,
마지막으로 금액인데 금액은 100원부터 10만원까지, 그리고 한 구매표에 3번 써넣을 수 있는걸로 봐서
한장당 최소 100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살 수 있는 모양이다.
3천원 정도 걸어볼까? 2천원? 일단 천원으로 시작하자 하곤 천원을 걸었다.
그리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를 볼 수 있는 곳은 1,2,3층이 있는 모양. 우선 2층으로 갔다.

경기장 전경. 커다란 화면으로 경기장면을 보여주고 있고
바로 옆 전광판에는 이번 경기에 관한 여러 정보가,
그 옆 세로로 선 직사각형이 경기의 결과을 나타내는 전광판이다.

두리번, 경기장 트랙 안쪽으로는 경마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두리번, 파란 박스처럼 보이는 곳이 출발점.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고
사람들이 경기를 보기위해 트랙쪽으로 모이고 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는 안쪽 트랙에서 시작되어,

한바퀴를 돌아 바깥쪽 트랙에서 끝나게 된다.

질주하는 말들.
말들이 달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엄청난 큰 소리들을 질러대기 시작했고 한바퀴를
돌아 결승점에 도달할 무렵엔 더욱 커졌다. 그리곤 대부분 한탄의 소리로 마무리 됐다.
어? 생각보다 순식간이다.

이번 경기의 우승마는 8번, 내가 걸었던 6번은 4등으로 들어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천원이 날아갔고 이미 내가 산 마권은 단지 종이 쪼가리가 되었다
맞아, 이거 도박이었지.
따게되서 얼마를 벌건간에 잃게되면 그냥 끝인거다. 게다가 단승식의 경우는 보통
10마리 혹은 11마리 중 1마리를 맞춰야 하는 확률적으로 상당히 낮은 게임이고 말이다.
3층으로 올라갔다.
9번 경기엔 모니터 상에서 점멸하는 확률이 가장 낮은 말에 200원을 걸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건 확률이 아닌 배당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돈을 걸었단 표시였던 것
같다.)
좌석에서 경마 예상지를 2개나 주웠다. 에이스 경마와 확률 경마, 에이스 경마는
아까 전철역에서 팔던 천원짜리고 에이스 경마는 4천원짜리. 누군가 버리고 간 모양. 어쩐지 이럴 것 같아서
안샀었는데 예상대로였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맞춰본 경마 예상지의 적중률은 그닥 믿을만해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거 아닌가. 적중률이 놀랄만큼 뛰어나다면 예상지따위 낼 필요없이 그냥 자기 돈을 걸고 돈을
따면 될 일이다. 그게 안되기에 예상지를 만들어 포트폴리오를 하는 것이겠지. 뭐 정보지로써는 그럭저럭 볼만하다.
출전하는 말과 선수들에대해 꽤 여러가지 정보들을 담고 있다. 재밌는 정보는 아니고 딱딱한 수치상의 정보이긴
하다만.
경기를 관람하는 곳은 금연인 듯 한데 누구도 그렇게 믿지않는듯 대부분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전반적으로 초조한 분위기와 한탕 의식, 혹시나와 역시나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아무리 공원식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려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도박장의 분위기다.
이번엔 내가 걸었던 11번이 1등으로 들어왔다.
200원짜리 마권을 마권사는 곳에 넣어주니 860원을 준다.
역시 도박이야.
1층으로 내려갔고 이번에도 사실 확률이 가장 높은 말을 가장 낮은 말인줄 알고
300원을 걸었다.
(이 착각은 경마공원에 있는 내내 계속 됐다.)

말들이 결승점을 향해 마지막 힘을 쏟아내고 있다.

왼쪽의 전광판을 보면 승식중 복승식이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경주의 발매금액이 36억이나 된다. 어마어마하군.
그리고 옆 게시판은 이번 경기가 10경주이고 1900m를 달리는 것이란 것과
1등에서 5등까지 순위, 그리고 1등의 기록 등이 나오고 있다.

1층에서 올려다 본 관람석. 사람 많다.
경기결과 300원을 날렸다.
경기트랙 안쪽으로는 경마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번엔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마지막 11경주가 남았는데 거기도 200원을 걸어두고 가볼까 하다가 관두고 그냥 갔는데 경마공원내에도 마권을
살 수 있는 곳은 있었다.

공원이라곤 하지만 특별히 볼 것은 없다. 아이들용 놀이터가 하나 있을뿐.
하지만 사람이 적고 공기가 맑고 풀냄새가 물씬. (사실 경기장 관람석은 개방된 곳임에도 담배연기등으로 공기가
탁하다.)
그리고 원두막이 있다. 원두막 옆에는 인공폭포가 있고. 경기장 건물과는 딴세상이다.
마지막 11경주에도 꿋꿋이 가장 확률이 낮은 줄 알고 사실상 가장 확률이 높은 말에 단승식으로 200원을
걸고 원두막에 올라가 다리를 쭉 펴고 앉았다.

공기 좋고 폭포 소리 시원하고 사람들도 거의 없고, 좋다.
맞은편에 보이는 건물이 지금껏 있던 공기 탁하고 고함소리 시끄럽고 사람 바글대던 곳.

마권 구매표와 지금껏 샀던 마권. 9 경주는 돈으로 환불 받았기에
없다.
마지막 11경주로 다시 200원을 잃고 이날의 모든 경주가 끝났다.
경기들은 제법 빠른 페이스로 진행되고 간단함에서 비롯된 나름의 재미와 중독성도
있어서 잘못빠지면 순식간에 엄청난 돈을 잃을만해 보인다.
국가공인 도박장으로써 상주하는 경찰도 꽤 많은 편이고 공원 이미지도 살리려고 노력하는 듯 하지만 도박장은
도박장. 크게 나쁠건 없다만 분위기는 그닥 기분 좋은 편이 아니다.
총 관람비용: 입장료: 800원 + 마권값: (1700 - 860 = 840)
= 1,64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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