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데라 때문이었다.

서점에서 밀란 쿤데라의 신작 '향수'를 발견했다.
작년 12월달에 나온거였는데 모르고 있었다.
어쩜 그리 독자들의 구매욕을 잘아는지
출판사는 원제인 '무지'를 '향수'라고 개명했고
양장본으로 만들어놓았다.

언제부터였던가
쿤데라에 빠진 이후로 난 쿤데라의 책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맹렬한 구매욕구가 생겼지만
너무 얇고 값은 8천원이나 한다.
갈등이 시작됐다.
아직 안 본 쿤데라의 연작단편 모음집인
'사랑', '이별'을 사느냐 '향수'를 사느냐?

판타지 소설란, 아동코너, 음악코너, 미술코너,기타등등 기타등등의 코너를 돌면서도
계속 고민하다가 전혀 엉뚱한 다른 책 한 권을 사가지고 나왔다.
원래는 공씨디나 사려고 했던거였고
서점에 들어간 이후의 계획은
플래쉬나 페인터 관련 책을 사려던 거였다.
그리고 쿤데라의 소설중 하나를 사려던 거였고.

쿤데라덕에 서점에서 4시간인가 5시간을 서성였다. --;

'불멸'이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보다는
분명 못할거라고 위안을 삼았는데도
계속 질질 따라왔다.

여튼, 덕분에 책들 많이 봤는데
최근의 출판경향은 비쥬얼화, 양장본화되고 있는듯.
삽화에 신경쓰는 책이 많아졌고
양장본으로 만들어 고급스런 느낌을 풍기려 노력하고
(책을 장식용으로 쓰기 좋게 만들어 놓았고 덕분에 더 비싸졌다.)
편집은 열의 길이를 짧게 만들어
보기 편하게 만들어놓았더군.
한국 순수문학의 어깨 힘은 많이 빠진 듯 하고
실용주의 서적이 많아졌다.

뭔가 출판문화의 위기감이 전해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