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낙엽과 마른 풀들 정리를 했고 밤에는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중 마지막 4부 '신들의 황혼'을 봤다. 꽤나 이전부터 보고팠던 작품이었는데
웬일로 웬만해선 무료를 허용치 않는 올레TV VOD에 무료인데다 HD에 한글 자막(!)까지 딸린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 바이로이트 축제 버전이 있기에 저번주 일요일부터 보기 시작하여 오늘 드디어 다 보다.
과연 여타의 오페라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 일단은 시간의 길이가
장난 아니다.
1. 라인강의 황금 -2시간 반
2. 발퀴레 -4시간
3. 지크프리트 -4시간
4. 신들의 황혼 -4시간 반
오케스트라 반주는 소위 무한선율로 선율이 끊길듯 끊기지 않고 한 막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노래는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로 분리되지 않는다.
유도동기로 마치 레고 조립하듯 음악을 끼워 맞추고 이를 이용해 스토리를 대사나 행동뿐 아니라 음악을
통해서도 더 자명히 보이게도 하고 스토리의 대위법도 시도한다. (뭐 내가 확실히 알아들은 것은 거인,
발퀴레, 지크프리트의 풀피리 등 몇개 안되긴 했다만.)
스토리는 방대하고 복잡함에도 꽤 치밀하게 잘 짜여져 있는 편. 중간중간 관객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까봐
전편의 스토리나 상황 설명 등을 대사로 넣어둔 곳이 많은 것도 특징 중 하나(이해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만
이런 파트는 대부분 지루했고 공연시간을 늘리는 주범이 되기도 한 듯).
마치 종교적 순례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어쨋건 꽤 즐겁고 흥미로우며 버거웠던 관람이었다.
13/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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