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문청과 관미

'비정성시(1989)'를 보다.
1947년 대만에서 벌어진 2.28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대만판 폭정과 국민학살 사건인 2,28 사건은 국민당 독재정권에의해 금기에 붙여졌고 1949년 5월 발포된 계엄령은 38년간이나 지속되다가 1987년 7월에야 해제되었으며 대만 출신인 리덩후이(李登輝)가 총통에 취임한 1988년에야 2.28 사건에대한 언급이 본격적으로 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에 51년간이나 지배당하고 곧 이어 국민당 독재정권에 지배당한 대만의 국민들은 거의 100여년을 치욕속에 살아야 했던 것.

보다가 자주 잠들어 며칠만에야 끝까지 봤는데 참으로 길고 불친절하고 정적이다 못해 따분하여 마치 쓴 약을 먹는 기분이 든 영화였다. 연출은 독특하여 롱테이크를 자주 사용하는 것은 물론 관객이 흥미를 느낄만한 싸움 장면 등이 등장하면 카메라가 멀리 빠지는 롱숏으로 인물들을 조그맣게 잡아 감정을 최대한 억제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외 관객이 궁금해할 만한 부분에대한 설명도 거의 제외시켜 단지 분위기로 추측하게 만들곤 한다.

흔치 않은 대만어 영화(근래 대부분의 대만 영화는 보통화로 만들어지는 듯 보인다)이며 일본어, 북경어(보통화), 상해어, 광동어까지 쓰여 중국방언 중 가장 많이 쓰인다는 4대 방언-北方(북방: 북경, 동북지역), 吳(오: 상해), 閩(민: 대만, 복건성), 粵(월: 홍콩, 광동)-이 모두 등장한다. 광동어를 쓰는 양조위는 대만어를 모르기에 감독이 귀머거리에 벙어리로 역을 만들어 섭외했다고 한다.

14/5/9 금

다시 대사가 나오는 부분만 골라 보니 내용이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아래는 영화 내용 요약. 고로 스포일러이기도.

 



1945년 8월 15일, 2차대전이 끝나고 대만이 51년만에 일본에서 해방되는 날 임아록의 장남인 문웅의 아들이 태어나는 것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일본군에 끌려간 둘째는 소식이 끊겼고 돌아온 셋째 문량은 정신불안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퇴원 후 대륙 사람들의 꼬임에 넘어가 마약밀수를 하다 싸움에 말려든다. 장남인 문웅이 상대 두목과 만나 해결을 봤지만 누군가의 고발에의해 문량이 반역자라는 죄로 경찰에 끌려간다. 문웅이 역시 노력해 문량을 간신히 빼냈지만 고문으로 인한 후유증인 듯 미친 상태였다.

타이베이에서 대륙인과 대만인의 충돌이 벌어지고 계엄령이 내려진다. 넷째 귀머거리에 벙어리인 사진사 문청은 친구인 진보적 지식인 관영과 함께 타이페이로 향했다가 체포되어 갇혔다 돌아온다. 문웅은 문량의 친구와 상대 깡패와의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총을 맞아 죽고 문청은 관영의 동생인 관미와 결혼해 아이를 낳는다. 반정부 투쟁을 벌이던 관영에게 자금지원을 하던 문청은 정부에 잡혀가 실종된다.

임아록이 하나 남은 아들인 미쳐버린 셋째 문량과 식사를 하는 장면 이후 1949년 12월 국민당이 공산당에 패하고 돌아와 타이베이에 임시수도를 정했다는 자막으로 영화는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