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문집 박상진 편역판 '신곡'을 읽다.
이 책은 번역이 어색한 부분이 많은 편이고 축약본인터라 생략된 부분도 많은
편이지만 덕분에 부담없이 대충 읽게 되어 독서 속도는 빠른 편. 장점은 귀스타브 도레는 물론, 흔치않은
산드로 보티첼리, 윌리엄 브레이크, 중세 필사본의 신곡 삽화 등 다양한 삽화와 지옥, 연옥, 천국별로
구조에대한 도해를 실어 이해를 도와주며 시각적으로 보기 좋다는 것.
아마도 국내 출판된 신곡 책 중 가장 시각적으로 풍성한 판본이 아닐까.
삽화들 중에선 역시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가 단연 돋보였지만 보티첼리나 브레이크, 중세 필사본의 삽화들도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었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지옥의 가장 깊은 9층에 이르러 마왕 루키페르의
몸을 타고 지구 반대편으로 올라와 연옥에 이르렀고 이마에 7개의 p자를 새기고 정죄산을 올랐다. 베르길리우스와
작별하고 정죄산의 정상인 에덴동산에서 베아트리체와 만난 뒤 천국으로 향한다.
지옥편은 이야기도 넘치고 지옥의 독특한 광경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흥미진진했고
연옥편은 그럭저럭이었으나 천국편에 이르자 너무 따분하고 식상하며 무미건조한 찬양 일색이어서 질려 버렸다.
가는 곳 마다 번쩍이고 춤추고 노래하고 그 뿐. 중간중간 성서에대한 문답식 강의도 펼쳐지는데 질문은
구체적이고 동감이 갈만한 의문들이건만 답변은 애매하기만 할 뿐. 하긴 기독교에서 믿음의 근거란 믿음일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일런지도.
1300년 4월 7일(목) 부활제 전날부터 7일간의 지옥-연옥-천국을 지나는
여정을 다룬 페이크 기행문이랄 수 있는 이 단테의 신곡은 전형적인 용두사미 구성에 읽는 이마저 부끄럽게
만들 정도의 자화자찬 등을 보이기도 하지만 마치 건축물을 짓듯 정교하고 체계적인 세계 구축과 생생한
묘사력은 감탄할만했다.
14/5/14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