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도 다가오니 수도를 체크하려고 마당 수도관이 시작되는 곳을 열어봤는데 물이 새는
소리가 들린다. 마을 수도관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첫번째 수도 밸브가 깨졌는지 가느다란 물줄기가 새고 있었던 것.
예상밖의 큰 일이다.
이곳의 수도는 마을 자체의 수도인지라 중간에 멈출 수도 없고 수압도 엄청 쎄서 수년전 몸이 흠뻑 젖으며 고생했던게
기억났다. 부속품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결국 내가 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기사를 불러 고쳤다. 기사는 역시나
엄청 센 수압에 상체를 푹 적셨고 교체를 한 뒤에 이전의 밸브를 보니 몸체에 세로로 가는 금이 꽤 길게 나 있었다.
그나마 지금 발견한게 다행.
한데 이 수도기사 아저씨, 수년전에 왔던 아저씨에 비해 일을 3배는 못해 보였는데 값은 10배 이상을 불렀다.
이전의 아저씨는 미리 준비를 해서 순식간에 일을 끝내버려 몸에 물이 별로 묻지도 않았고 마치 별 일 아닌 듯 일을
마쳤었는데 이번의 아저씨는 준비없이 열고는 수압에 몇번을 실패하며 거의 반신을 푹 적셨다. 아저씨는 고생한게 억울했는지
가격을 엄청 쎄게 불렀고 결국 원래 부른 가격의 1/3 가격 수준으로 깎여서 또 억울해했고 나 역시 예상 가격을
훨씬 넘어선 지출(나중에 확인해 보니 깎고난 가격이 이전 아저씨가 동일한 수도 밸브 교체+보일러 모터 값+보일러
모터 수리를 한 가격보다 비쌌다)에 억울해했다. 둘 다 손해본 느낌의 씁쓸한 수리.
새삼 이전 아저씨의 실력이 대단했음을 깨달았다. 이 아저씨는 어떤 일이건 별 일 아닌 것처럼 뚝딱뚝딱 순식간에
처리해내곤 했었다. 그러고보면 어떤 일을 너무 쉽고 간단하게 해내면 오히려 그 실력을 체감하기 힘들곤 하다. 원래
간단했던 일인듯 보이는 탓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동일한 일로 엄청난 고난을 겪는걸 보고 나야 새삼 그 사람의
실력을 깨닫게 된다.
14/10/29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