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 마키나(Ex Machina, 2015)'를 봤다.

대화를 통해 상대가 인간인지 로봇인지를 파악한다는 튜링 테스트를 처음 접한 건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에서 였다.
엑스 마키나에서 다루는 것은 로봇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것이 아닌 로봇임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로봇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에 비해 부족함이 없는지를 다룬 것이긴 하다만.

블레이드 러너 때도 느낀 것이었지만 지능을 통해 인간임을, 혹은 인간에 부족함이 없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 어려운 판단을 내리는 사람을 바르게 골라내는 것 조차 어렵다는 순환모순에 빠져 버릴 듯 하기도.

자신이 로봇이라고 의심받을 가능성이 있고 로봇일 경우 피해를 받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을 때 튜링테스트를 받으며 떨리지 않을 인간이 과연 존재할까? 이 문제는 사실 정체성에대한 문제에도 이어지는데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각하게 생각할 수록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확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누구인지를 상대방에게 설명하고 증명까지 해야 한다면 그 부담감은 아마도 엄청나리라.

게다가 인간임에대한 증명은 신이란 완전한 존재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불완전한 존재의 증명이기에 완전함이 아닌 불완전함을 통해, 부족함이나 실수, 모호함과 무작위성 등에서 도출되곤 하는 법이기에 역설적이기도 하다.

15/5/18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