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욕실 프라스틱 하수구 뚜껑이 튀어나와 있던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흠? 내가 열어놨던가?' 하고는 구멍에 맞춰 넣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욕실에 가보니 뚜껑은 다시 튀어나와 있다.
'뭔가 문제가 있군.' 이번엔 확실히 하기위해 뚜껑을 닫은뒤 그위에 욕실용 슬리퍼 한짝을 올려놨다.
역시 시간이 지난 후 가보니 뚜껑은 물론 슬리퍼까지 움직여져 있다.
확실하다. 뭔가가 하수구를 통해 나왔다.

냉장고 뒤편을 보니 거미줄이 망가져 있는 것이 보인다.
자취를 쫓다보니 싱크대 밑 저쪽 구석에 뭔가 찌끄러기가 모여있는 것이 보인다.
달걀 껍데기와 사과 껍질들.
하, 왠지 안쓰럽다. 어젠가 휴지통에 버렸던 것들 아닌가.
기껏 비밀루트를 통해 나와서는 저정도로 만족하고 있었다니.
아마도 새끼 쥐겠지.
'하지만 쥐는 싫어. 뭐 몸을 청결히하고 귀엽게 재롱떨면 봐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현실속 쥐의 정체성을 벗어나는 행위잖아. 그냥 각자 정체성에 어울리게 적대시하면서 살자고.' 하수구 뚜껑위에 돌을 올려놓았다. 이젠 안심.

한데, 꽤 시간이 지난 후, 싱크대 밑쪽에서 뭔가 부스럭대는 소리가 난다.
앗, 이럴 수가. 싱크대 물 빠져나가는 호스가 있는 곳 약간의 틈으로 새끼 쥐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흠.. 얼핏 봤지만 좀 귀여워 보이는군. 하지만 그런데 신경쓸 때가 아니지.
중요한건 침입 루트가 욕실만이 아니었단 사실. 비밀 루트는 두 군데였다.

쫓아내고 틈을 작업용 장갑으로 막았다.
얼마후 욕실쪽에서 바스락 소리가 난다. 이미 돌로 막아놓은 하수구 뚜껑에서 쥐가 헤메이는 모양.
세면대에서 물을 내려줬다. 쏟아지는 물을 뒤집어쓰고 돌아갔는지 조용해졌다. 새끼 쥐학형 고생 좀 하는군.

어쨋건 이로써 '튀어나오는 하수구 뚜껑 사건' 일단락.
어쩐지 '톰과 제리'의 톰이 되어버린 기분.
새끼 쥐학형이 욕실의 돌이나 싱크대 작업장갑을 돌파하거나 새로운 루트를 개발, 재출현하면 2부가 시작된다.

웬만하면 이걸로 끝내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