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엔 제법 햇살이 따땃...
마당에 나가봤더니 정원 중간쯤 하수구 뚜껑 위에
도둑고양이 한마리가 웅크리고 있다.
거의 우리 집에서 머무는 낯익은 고양이.
이녀석과는 서로 상대방의 생활에 별로 관여하지 않고
공간만 공유하는 사이.
햇살도 좋고 하수구 통 밑으로 뜨듯한 온수가 흐르니
뚜껑이 뜨끈하여 자리잡고 앉은 듯.
처음엔 내 등장에 긴장, 경계 하는 듯 하더니만
이내 긴장도 풀리고 배와 등의 따스함에
졸음이 몰려 오는지 자꾸 눈이 감긴다.
결국 한쪽 눈만 가끔씩 떳다 감았다 하며
졸음과 경계 사이를 오가는 나른한 오후의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