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한 마리가 방안에 들어와 며칠째 밤마다 찌륵찌륵 울어댔다. 멀찌감치서 들으면 그럭저럭 낭만적이고 풍류 넘치는 귀뚜라미 소리이건만 방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는 거의 노이로제 걸릴 정도. 때려 잡아 버려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귀뚜라미는 귀뚜라미대로 밖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듯 밖의 귀뚜라미들이 울면 같이 따라 울곤 하는데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구석에 박혀 있다가 오늘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어쩌다 다쳤는지 다리 한 쪽이 없다. 어쨋건 간신히 생포해서 마당에 풀어줬다.
다리 한 쪽 없이 험한 세상 살아가려면 벅차긴 하겠지만 갇힌채 바깥 세상을 그리워하고만 있는 것 보단 낫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