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내린 비 덕에 날이 정말 화창, 산책을 나갔는데 어디선가 제법 자극적이면서도 구수?+구린+눅은 내가 심하게 났다. (보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똥냄새와 흡사) 둘러보니 주변엔 온통 은행나무들. 얼마전 은행나무에서 이런 냄새가 난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오늘은 아침에 비가 내린 탓에 냄새가 더 심해진 듯.

그러고보면 은행 열매에서 이런 냄새가 나는건 올해 첨 알았다. 왜 여지껏 몰랐었을까? 심지어 마당에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 가을이면 노란 옷으로 갈아입는 화사한 자태와 구운 은행에서 나는 오묘한 향만 기억해서 은행나무는 신비로운 향을 지닌 고상한 나무인로줄만 알았었다.

가을에 분위기낸다고 은행나무들이 늘어선 곳에서 데이트 약속하면 큰 낭패 보겠군. 그와중에 한 명이 지각하면 심각한 좌절에 빠지겠는걸. 이런 사색에 빠진 채 진한 향을 내뿜는 은행나무들 사이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