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해서 돈가스를 먹었는데 반찬으로 김치, 양배추채, 단무지가 나왔다.
다른 것들은 그럭저럭의 맛이었는데 단무지가 아주 꽝. 한 입 베어문 순간 느껴지는 행주 맛 단무지의
경력-산지 꽤 되었고, 다른 손님의 접시에도 나갔었으나 남아서 되돌아와 물속에 담겨 있다 다시 나왔는데
그 물이 좀 더러웠더라-나 역시 한 입 먹어 본 뒤 다시는 손을 안댔으니 아마도 남은 단무지 2쪽은
또 남아서 반복되며 더 끔찍해 질지도.
그러고 보면 단무지는 이곳저곳에 곁다리로 꽤 많이 등장하는 편. 특히 중국음식에는
거의 빠지지 않곤 하는데 거듭된 재활용으로 맥빠져 늘어져 있거나 말라 있고 짠 맛 또는 밍밍한 맛,
혹은 신 맛만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데 사실 잘 만든 단무지는 신선할 때 먹으면 꽤 맛있는 음식이다. 아삭대는
식감, 새콤한 맛과 단맛이 어우러지는 상큼한 맛이 난다. 게다가 느끼한 음식과 곁들이면 더욱 그
가치가 살기에 이렇게 널리 퍼지게 된 것일 터인데 곁다리로 낸다는 습관만 남았을 뿐 원래의 맛과
이유는 사라져 버린 듯 하다.
이런 맛 없었다는 경험의 축적은 갈수록 단무지를 멀리하게 되고 그럴수록
안먹고 남기는 단무지들은 많아질 터이며 이 버려지고 맛 없는 단무지들은 이미 소용없어진 구색만을
떠안고 순환하다 소멸한다. 맛없어서 남기는 양이 많으니 줄 때 양도 많이 주고 그래서 또 많이 남는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맛없는 음식을 많이 주는건 민폐다. 중국집의 경우
지금 주는 양의 1/3만 줘도 되잖을까?
어떤 단무지건 원래 식당에서 살 때는 신선할 터인데 그 신선한 단무지는
도대체 누가 먹는걸까? 난 수십년간 먹어봐도 신선하고 맛있는 단무지를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단 말이지.
특히 중국집 단무지는 더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