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랭킹 1위인 브라질과 105위 북한의 대결, 게다가 1966년 첫 출전해 8강신화를 이룬 잉글랜드
월드컵에 이어 44년만에 본선진출한 북한의 첫 본선 경기라는 건 나중에 검색해 보고 안 사실이고 그냥
'브라질에 북한? 독특한 조합이네...'하고 시큰둥하게 보기 시작했었다. 한데 와, 너무 재밌다.
마치 무협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정대세 한 명을 공격수로 홀로 앞에 내세워 놓고 나머지 9명의
선수들은 모두 수비를 하는 특이한 전법을 구사했는데 마치 뒷쪽 9명 선수들의 수비는 무협지에 종종 등장하던
천라지망 진법처럼 보이고 홀로 앞에 나선 정대세는 적이 아무리 강해도 두려워 않는 일당백의 전사 같았달까?
철저한 수비 전법을 펼치고 있음에도 스릴이 넘쳤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공격에서 수비로 진을 빠르게
전환하며 북한 선수들이 정말 죽어라고 뛰어 다녔기 때문. 전반전은 결국 무득점으로 끝나고 브라질 선수들의
초조함이 전해져 왔다.
하지만 명불허전 브라질, 마이콘이 각이 안나올 듯 보이는 골대 바로 옆에서 바나나 킥으로 득점을 얻어내고
이어 엘라노가 추가점을 성공시켰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투지를 불태우던 북한은 후반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지윤남이 만회골을 얻어내고 만다. 3골은 모두 꼼수가 아닌 멋진 기술로 들어갔고 결국
브라질이 이겼지만 두 팀 다 멋졌고 기억에 남을만한 경기였다.
'지옥의 조라 불리던 G조(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 북한)는 이제 마지막 피스가 채워졌다'던
인터넷 리플이 인상적.